육림 즉 육인(育林 卽 育人)

시인, 수필가 변 광 옥 


“육림 즉 육인(育林 卽 育人)”, 이 글은 난대산림연구소 근무시절 사무실 벽에 걸려있던 글귀다. “나무를 키우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나무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한평생을 보낸 나에겐 성경과 같은 글귀라 나무를 키우는 곳에 가서 늘 쓰는 말이기도 하다. 요즈음 나무를 심고 가꾸는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지도 요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벌써 올해가 3년째다. 모니터링 하는 대상범위는 전국의 국유림과 사유림을 대상으로 당해 연도에 심겨진 어린 나무들이 제대로 관리되는지 현장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애로사항이 어떤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이 잘 하고 있지만 때로는 관리가 소홀하거나 미흡한 곳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어떤 기관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조사에 곤욕을 치른 곳도 한 두 곳이 아니다. 관리상황을 점검하기 전에 담당직원 등과의 인터뷰에서 관리 상태를 예견할 수 있다. 어떤 기관은 담당직원이 여직원이지만 현장을 안내하기 위해 작업복을 갈아입고 조림지를 안내할 수 있는 자세로 임하는 기관은 현장도 잘 되어 있음을 느꼈다. 올해가 산림녹화 50주년이 되는 해다. 인공조림으로 헐벗은 산을 녹화시키는데 성공한 나라로 UN이 인정하고 홍보하는 국가다. 따라서 우리는 긍지를 갖고 이에 걸 맞는 산림관리를 해야 하겠다는 것을 현지에서 사업을 집행하는 담당공무원을 비롯해 시행사, 감리 등 현지인들에게 주지시키며 산림관리를 하나하나 지도하고 있다. 

인간이 태어나면 동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하고 족보에도 올리듯이 나무도 어떤 임지에 심겨지면 수명을 다 할 때까지 족보가 있어야 한다며 종자 산지며, 양묘과정 등을 꼼꼼히 따져 물으면 귀찮다는 모습이 역역하지만 임업 선진국인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의 산림관리를 설명하면서 현지인들을 설득시켜 나갔다. 산림관리는 작업시기가 중요하다. 나무도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제 시기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심한 몸살이나 생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나무를 심는 시기는 나무의 수액이 이동하기 전인 3, 4월에 이루어 져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어기고 7월 달에 나무를 옮겨 심은 곳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조경수를 옮겨 심는 특수한 경우에 가끔 볼 수 있는 경우지만 조경목은 나무의 뿌리돌림을 크게 하여 많은 예산을 들여 하는 작업이다. 또 조경수라 할지라도 분을 떠서 옮길 경우 분이 깨지지 않도록 묶었던 고무줄, 철사 등 끈들을 풀어서 심어야 하는데, 묶은 채 심어 식재목이 고사하는 현장을 확인하고 지적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풀베기 작업은 나무가 왕성하게 생육하는 시기에 해 주어, 어린 나무들의 생육을 도와줄 목적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시기가 지난 9월에 하는 경우도 많았다. 9월에 풀베기 작업을 하는 것은 안 해 주는 것만도 못하다고 지적하고, 개선할 것을 담당 직원과 현장을 감리한 감리사들에게 강한 어조로 권유했다. 조림목이 겨울을 나면서 한건풍 피해나 동해의 피해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해 연도의 사업목표를 채우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 함을 느껴, 가는 곳마다 지적하며 교육을 시켰다. 이 외에도 많은 요인들이 조사되었다. 

깊이 있는 내용은 보고서에 빠짐없이 수록하여 산림사업에 반영되도록 할 것이다. 역시 나무를 심고 잘 가꾸는 기관은 국유림 관리소였다. 조림에 대한 관심도와 비교적 적기에 모든 산림관리를 실행하고 있어 조림목들이 활력 넘치게 자라고 있었다. 이렇게 전국 7개 시도를 돌며 조사를 마쳤다. 폭염속이라 때로는 힘도 들었지만 전문가로서 우리의 산림관리를 선진국의 수준으로 끌어 올려야 하겠다.는 팀원들의 생각이 일치하면서 조사에 참여하는 긍지를 느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