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그루, 백합나무를 심으며 시인, 수필가 변 광 옥 올해는 국토녹화 50주년이 되는 해다. 5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인 나무심기 행사가 경기도 여주에서 열렸다. 행사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역에서 8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 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예사로 여겼는데, 은퇴하고 10여 년 동안 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생활해 온 탓일까 생활리듬에 익숙하지 않아 몸은 피곤했으나, 우리 문학회로는 큰 행사이기에 신발 끈을 동여매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동안 포근하던 봄 날씨가 오늘 아침은 제법 쌀쌀함을 느끼게 한다. 다행히 수원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되어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나는 행사장 가는 2호 버스에 탑승했다. 우리가 탄 버스가 고속도로를 들어서면서 오늘 행사에 대한 개요와 백합나무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해 주고 함께 탄 문인들의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소개를 받고 보니 모두들 한국문단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문인들이다. 다들 뜻깊은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다고 이구동성이다. 하기야 문인들이 평생 동안 몇 그루나 나무를 심어 보았겠는가. 어느 한 문인은 학창시절 한번 심어보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호기심과 기쁨에 행복해 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이쯤에서 오늘 행사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멘트를 하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알고 있던 과학정보를 하나 말해 주었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쓴 에너지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2.6톤에 달해, 이것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평생동안 600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면 매년 참석해 열심히 나무를 심어야 하겠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이렇게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행사장 근처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농로를 따라 10여 분간 행사장까지 가는 길에 모처럼 농촌풍경에 흠뻑 빠져 걸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북부지방 관리청에서 직원들이 나와 친절하게 행사를 안내하고 있어 반가웠다. 직원들 중에는 과거에 함께 일했던 몇몇 후배들도 보여 반가움에 안부를 물으며 격려를 했다. 이어진 행사에서 산림청장의 인사말이 오늘 행사에 압권이었다. 청장은 연단에 서서 겉치레적인 인사말은 생략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산림청 주요보직을 두루 거쳐 청장이 된 때문일까 작심한 듯이 국민이 알아야 할 산림행정 소식과 산림에 관련된 지식들을 비유법을 들어가며 명쾌하게 알려 주어서 문인들로부터 큰 박수와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어진 축시에서 한국시인협회 회장인 유자효 시인께서 “나무를 심는 이들에게”란 시가 낭송되면서 행사는 한층 무르익었다. 올해는 문학인 나무심기 행사가 3회째 되는 해이다. 지난해는 양주 구둔역 야산에 산수유나무를 심어 올봄에 노란 산수유 꽃소식을 전해 들으며 감회가 새로웠다. 올해는 탄소흡수율이 높다는 백합나무를 심는다. 백합나무는 본래 미국 동부지역이 원산지다. 우리나라에는 1895년에 도입되어 가로수로 심은 기록이 있으나, 본격적인 조림은 1990년대부터 심기 시작하였다. 백합나무는 산림과학원에 근무시절 나의 동료였던 Y박사가 우리나라 경제 조림수종으로 발굴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수종이다. 수년 전 고인이 되었지만 백합나무를 자식처럼 아끼던 연구자다. 백합나무를 심으며 잠시 옛 동료를 기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무를 자식처럼 아끼며 키우는 일이 어찌 산림인 가족들만 하는 일이겠는가. 오늘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 80여 명이 함께 어울려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내 자식처럼 아끼며 심었다. 백합나무는 다른 활엽수들에 비해 생장이 빠르고, 가을에 노랗게 단풍이 들어 “옐로우 포플러(yellow poplar)”라고도 한다. 특히 백합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탄소흡수율이 높아 21세기 화두인 푸른 지구를 지키는데 더없이 좋은 수종이다. 나는 정성들여 심은 나무에 “오늘 너를 간택한 것은 이 땅에 깊이 뿌리박고 무성하게 자라 푸른 지구를 지켜다오”라고 표찰을 써서 달아 주었다. 이렇게 문인들 각자 심은 나무에 바라는 소망을 적어 달아 주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행사장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 오찬이 준비되어있었다. 오찬장에 막걸리가 한 순배 돌아가면서 오늘 행사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 주기를 바라는 건배가 이어졌다. 산림문학인의 나무 심기는 산림문학의 이념을 담는 행사이며, 한해를 여는 행사로 많은 문인들로 하여금 산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큰 수확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변광옥: (사) 더좋은나무 이사
지구 살리는 나무 심기 한국산림문학회 부이사장 변 광 옥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약 40억6000만 ha의 산림이 있다. 전 육지 면적의 31%에 해당한다. 이런 산림은 인간에게 필요한 목재 자원을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보금자리가 되고, 더 나아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저장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산림이 매년 1000만 ha이상 인간생활에 필요한 목재를 공급하기 위해 벌채되어 지거나 소실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육지의 35%가 사막화되고 있다고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했다. 이러한 지구의 위기를 맞아 세계 각국들은 오래전부터 대책을 강구해 오고 있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세계 정상들이 모여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개발을 지구가 건강하게 존속되어 갈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개발’을 하자고 천명한바 있다. 그리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국가들 사이에 각종 협약들을 체결하여 이행해 오고 있다. 또한 2015년엔 지구를 지키기 위한 파리 기후변화협약 회의에서 지구온실가스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자는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국제 협약을 통해 세계 모든 나라들은 앞 다투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선언하였고, 우리나라도 지난해 이런 계획을 발표하였다. 산림청에서도 국가적 정책방향에 보조를 맞추어 2050년까지 30억 그루의 나무심기 계획과 그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1970, 80년대에 몰래 나무를 베어가는 사람들을 잡아들이기 위해 산림 공무원들은 산속에 갇혀 사는 것이 다반사였다. 이렇게 산림을 훼손하는 것은 큰 범죄행위로 규정해 사회의 5대악으로 다스리기도 했다. 헐벗은 산을 복구한다는 목표에서였다. 당시 봄만 돌아오면 산림공무원들은 한 달씩 가정을 뒤로하고 인부들과 산속에서 나무를 심었다. 이렇게 치산녹화기간 동안에 인공조림으로 100억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어 오늘날과 같은 울창한 숲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는 유엔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5년(1990-2015년)간 산림의 단위면적당 임목 축적 증가율이 196%로 세계 1위를 차지함으로써 산림녹화 성공국가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는 산림을 조성하여 지구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유엔은 2030년까지 전 세계 3억5000만 ha에 1조 그루의 나무심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할 뿐만 아니라, 산소를 배출함으로서 지구 생태계를 영속시킬 수 있는 근원이 되기 때문에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간 6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산업국가다. 경제발전에 비례하여 배출되던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그린 뉴딜정책’을 선포하고 있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제적 노력과 예산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국토의 63%가 산림이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산림국가 이기도 하다. 잘 가꾸어진 1ha의 숲은 16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나무를 심어 잘 가꾸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데 크게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1세기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녹색 지구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산림청도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4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녹색지구를 가꾸는 원년의 해로 삼겠다고 한다. 식목일과 나무 심는 계절을 맞아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심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살리는 운동에 우리 모두 동참할 때, 후손들에게 살아 숨 쉬는 지구를 유산으로 남길 수 있을 것이다. * 본 내용은 2021. 3. 29. 동아일보에 게재된 저자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변광옥: -공학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역임 -시인,수필가. -산림문학회, 청하문학회, 서울시단 회원 -수필집 : 숲이 나에게 말을 건다네 - Copy
오월의 신록에 영혼을 씻어보자 한국산림문학회 부이사장 변 광 옥 인간은 많은 결점을 갖고 있음에도 역시 가장 아름다운 존재다. 그 까닭은 ‘만물을 지배할 수 있는 생각하는 갈대’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아름다운 존재로서 더욱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사람사이에 살고 울고 웃고 부대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데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 같다. 점점 심각성을 더해가는 사회 일각의 흉악한 사건들의 내면에는 대부분 자신의 이기와 고립에서 오는 사회성의 결여로 진단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문명의 이기에 빠진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논밭에 씨를 뿌리고 함께 김매기를 하며 살아온 농경사회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살기는 힘들었지만 사람냄새를 느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그동안 우리는 앞만 보고 목표를 향해 바쁘게 살아왔다. 전후좌우에 누가 있는지 눈길 한번 주지 못하고 고단하게 살아온 삶이였다. 수신제가(修身齊家)할 때 우리사회는 건강해질 수 있다. 바쁘게 살아왔던 우리의 삶을 잠시 접어두고 신록이 더해가는 맑고 푸른 숲 속에 누워 자연의 주체들과 속삭이면서 지나온 삶을 한번 생각해 보자. 인간사회나 자연계의 질서가 살아 숨 쉬는 생명체의 집단으로서 공통점은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소나무와 참나무 그리고 이름 모를 거목들이 온통 산을 뒤덮고 있는 것 같아도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함께 어우러져 소리 없이 대자연의 모습을 만든다. 암벽사이에 뿌리를 내린 나무도, 고목에 치여 끊어질듯 한 생명력을 이어가며 꽃을 피운 조그마한 꽃나무도 어느 하나 주변을 탓하지 않고 한데 어울려 조화와 풍요를 창출해 가고 있다. 이 같은 자연의 위대함에 우리는 감동할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도토리를 주어물고 마냥 행복에 겨워 고목등걸을 타고 넘나드는 다람쥐도 누구하나 시기하고 질투함이 없이 관대함에 자연은 모두가 아름다울 뿐이다. 그래서 자연은 물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아름다운 풀벌레 소리들의 합창을 들을 수 있는 향연의 장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인간의 속성은 어떤가. 세속에 얽매여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기는커녕 머리위에 푸른 하늘이 있는 지도 모르고 과욕에 사로잡혀 마음이 편할 날이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지난날 화롯불 옆에서 할아버지가 구워주시던 고구마를 먹으면서 할아버지의 구수한 옛날이야기에 취해 밤새는 줄 모르던 시대는 이제 까마득한 고전이 되어버리고 두터운 장벽에 갇혀 자신과 씨름하다 지쳐버리는 우리들의 젊은 영혼 또한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우리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일찍이 공자님은 어진마음은 산을 접하면서 얻는다고 하였다. 우리의 영혼을 황폐하게 만들었던 무거운 짐들을 배낭 가득 담고 산으로 가자. 그리고 어머니의 품과 같은 대자연속에서 속세의 모든 일을 털어 버리고 풀과 나무와 그리고 바람과 함께 숨 쉬고, 느끼며 몸과 마음에 묶은 속세의 때를 씻어 보자. 대자연과 혼연일체가 될 때 비로써 자연은 우리의 눈과 몸과 마음에 끼인 때를 씻어 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모두의 육신은 자연과 더불어 함께할 수 있는 풍요로움으로 가득 찰 수 있고 우리의 영혼은 오월의 신록처럼 빛나고 맑아질 수 있을 것이다. * 본 내용은 2021. 5. 21. 한국문학신문에 게재된 저자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변광옥: -공학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역임 -시인,수필가. -산림문학회, 청하문학회, 서울시단 회원 -수필집 : 숲이 나에게 말을 건다네 - Copy - Copy
벚꽃축제 역사의 맥을 알고 즐기자 시인, 수필가 변 광 옥 봄은 꽃의 계절이다. 봄의 화신인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나면 개나리, 진달래가 연이어 온 산천을 물들인다. 이른 봄꽃들이 피고나면 우리 주변을 꽉 채우는 벚꽃이 봄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벚꽃의 종류는 다양하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벚나무는 왕벚나무를 비롯하여 대략 13종이 자라고 있다. 이 종(種)들은 꽃피는 시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 중에서 왕벚나무가 잎이 피기 전에 꽃이 먼저 피면서 꽃을 감상하기에 좋은 수종이다. 왕벚나무 자생지는 제주도와 해남 대흥사 등 지역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제주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는 우리나라에 목회활동으로 왔던 프랑스 타케(Taque)신부가 1902년부터 1913년까지 10여 년간 제주도에서 사목(司牧)활동을 하면서 한라산의 식물 4천여 점을 식물표본을 만들어 독일 베를린 대학 퀴네 교수에게 보내져 동정(同定)하게 되었다. 그때 보낸 제주도 관음사 부근의 벚나무 표본도 1912년 왕벚나무(Prunus yesonnenesis var. nudiflora)의 학명을 얻게 되었다. 왕벚나무는 꽃이 크고 아름다워 벚꽃축제거리에 많이 심겨지는 나무다. 이와 같이 벚꽃축제는 일본을 비롯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꽃을 감상하기 위한 축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자국의 국화(國花)이기 때문에 다양한 품종들을 만들어 행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이래 200여 년간 미주, 유럽 등 지역에 일본식 우정의정원을 만들고 벚나무를 심어서, 벚나무는 일본나무라는 인식을 심어왔다. 그 결과 지금은 어느 나라를 방문하더라도 벚나무는 일본을 상징하는 나무로 인식하게 만들어 놓았다. 이는 일본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그동안 세계 각국에 꾸준히 노력해 온 결과라고 판단된다. 왕벚나무는 우리나라가 자생지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토종 벚나무로 변질된 것이 일제 강점기하에 모든 자원을 수탈당하는 과정에서 일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렇게 소중한 우리 자원인데도 해방이 되고 반일감정이 고조되면서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는 이유로 열기가 식어가는 듯했으나, 1963년 진해 군항제가 시작되면서 온 국민들이 벚꽃구경에 빠져들게 되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경주 보문단지를 개발하면서 많은 벚나무가 심겨져 벚꽃축제의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가로수로도 많이 심겨져 전체 가로수 식재본수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일본이 벚꽃을 세계화 시켜 일본이 원산지라고 인식시켜 놓아 그 관념을 바꾸어 나가기는 힘들지만 이러한 역사의 맥을 알고 벚꽃놀이를 즐기는 것이 우리나라의 특산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본 글은 2021. 4. 20. 한국문학신문에 게재된 본인의 기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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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회 식목일을 맞은 소회 시인, 수필가 변 광 옥 20세기 초 전 세계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자연 속에서 나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은 이렇다. ‘프랑스 남부 지역, 어느 황무지마을의 양치기 노인이 황무지에 참나무 종자인 도토리를 매일 100개씩 심어 쓸모없던 황무지 마을이 나무들이 자라 수 십 년 뒤에 풍요로운 마을로 바뀐’ 이야기다. 이 소설의 줄거리와 비슷했던 상황이 우리나라의 산림이다. 우리 국토가 황무지는 아니었지만 일제 강점기 36년간의 수탈과 6.25동란 때 무분별한 남벌로 우리의 산림은 헐벗은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국 기자들이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묻는 질문에 황토 빛 산과 흰 바지저고리가 매우 인상 깊은 나라다고 기사를 썼듯이 우리의 산은 황토 빛 민둥산이었다. 이처럼 헐벗었던 산을 푸른 산으로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지 반세기가 흘러간 지금, 우리의 산림은 세계인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울창한 숲이 만들어 졌다.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가 심은 나무는 물경 100억 그루가 넘는다. 이 나무들이 잘 자라 우리가 쓰고 있는 목재자원 뿐만 아니라 국토를 푸르게 하여 사막화를 방지해주고, 인간에게는 맑은 물과 치유의 공간을 제공해주는 등 산림이 주는 공익적 가치는 130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무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체내에 탄소를 저장함으로서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도움을 줄뿐만 아니라 산소를 발산하여 우리는 언제나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또한 더운 여름에 숲속에 들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잘 자란 나무 한그루가 에어컨 6대의 냉방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우리의 산림이 다시는 황폐화 되지 않도록 각종 재해와 목재로 이용한 양 만큼은 항상 나무를 심고 가꾸어야한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자, 나무를 심는 계절이다. 그래서 매년 봄만 되면 나무심기 행사를 해 오고 있다. 금년 4월5일은 우리나라에 식목행사가 시작 된지 75회째 맞는 식목일이다. 올해도 당국에서는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고 한다. 식목일을 맞아 우리 집 정원 또는 빈 공터에 나의 나무 한 그루쯤 심어 가꾸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변광옥: -공학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역임 -시인,수필가. -산림문학회, 청하문학회, 서울시단 회원 -수필집 : 숲이 나에게 말을 건다네 - Copy - Copy
꿈을 키운 학술조사 변 광 옥 현직에서 은퇴 한 지도 벌써 여러 해가 지나가고 있다. 몸담고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직장에 대한 정이 사뭇 그리워지는 것 같다. 연구직이라는 이름아래 40여 년 동안을 한 직장에서 몸담고 있었으니 그럴만한 정이 붙을 만도 하지 않은가. 긴 세월 동안 가족 같은 동료직원들과 산과 들을 헤집고 다녔으니 고생한 만큼 정도 따라 붙는 것 같다. 20여 년 전이다. 직장을 다닐 때 몇몇 뜻이 맞는 동료들과 은퇴하면 작은 법인체를 만들어 우리가 그간 쌓아온 전문 지식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자고 약조한 일이 있다. 그리고 그 계획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 왔다. 다소 변화는 있었지만 함께 했던 멤버들이 하나 둘씩 모두 퇴직을 하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날 약속한데로 우리는 ‘더좋은나무만들기’란 법인을 만들었다. 자연과학이란, 갖고 있는 지식과 현장의 조사가 잘 이루어 질 때 우수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나무와 같이 오랜 세월 동안 관찰을 요하는 연구에서는 현직에 몸담고 있는 연구 인력만으로는 원활한 연구를 수행하기에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앞서 실행했던 선배 연구 인력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를 알려줌으로서 연구에 시너지효과를 가져오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 산림정책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역할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미지의 길을 개척해 가기란 생각보다 쉬어 보이지는 않았다. 순풍에 돛단배처럼 간다면 누군들 못하랴. 각자 희생과 열정이 뒤따라야 했다. 올해 첫 작품으로 산에 심겨진 바이오 순환림의 생장상황을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산림청으로부터 의뢰받았다. 조사기간이 한여름이라 쉽게 할 수 있는 조사는 아니었다. 찜질방 같았던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날이다. 그늘에 앉아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 머리에 수건을 동여매고 현장조사에 나섰다. 과제를 수행하는 계약기간 내에 계획대로 조사를 끝내야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보고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날씨가 덥다고 미룰 수가 없었다. 현직에 있을 때는 1년 안에 내가 연구해야 할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기 때문에 이렇게 더운 날 현장조사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런 고생쯤이야 감수하리라 다짐했던 멤버들이다. 황폐했던 우리나라 산림을 녹화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탰던 주역들 아닌가. 그 열정이 살아있기에 오늘 같은 일에 다시도전 하게 되는 것이다. 더더욱 우리가 연구해서 심은 나무들이 산지에서 잘 자라고 있을까하는 마음이 마치 딸자식을 시집보낸 아비의 마음처럼 걱정이 컸던 터라 마음을 굳게 먹고 조사에 나섰다. 이번에 조사대상 수종은 백합나무와 자작나무였다. 전국에 심겨진 조림지에서 120곳을 조사지역으로 선정했다. 한 여름이라 산은 녹음이 우거져 해치고 들어가기도 힘들 정도였다. 하루의 목표량을 끝내지 못하면 누적되어 일이 점점 힘들어 진다. 때문에 그날 일은 그날 끝낸다는 생각에 비 오듯 흐르는 땀을 닦으며 조사를 해 나갔다. 조사를 끝내고 나서 생각했던 것 보다 생장이 안 좋으면 원인을 찾느라 골몰했고,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으면 산림직 공무원으로 봉직했던 것에 보람을 느끼곤 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보고서에 숨김없이 실어주었다. 울창한 산이 산림자원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모습을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학술 조사였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현장 조사를 나갈 때면 현직에 몸담고 있을 때 지난 일들을 회상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이것이 살아가는 즐거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무는 자식을 키우듯이 키워야 한다.’ 는 선인들의 말처럼, 조사할 때는 무척 힘들었지만 돌아서면 다시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울창한 숲이다.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 내 자식이 커가고 있는 모습처럼 대견스럽고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변광옥: -공학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역임 -시인,수필가. -산림문학회, 청하문학회, 서울시단 회원 -수필집 : 숲이 나에게 말을 건다네
복원되어가는 산불지역을 보면서 수필가 변 광 옥 녹음이 짙어지는 유월의 마지막 주였다. 나는 이십여 년 전 큰 불이 났던 동해안 산불지역을 돌아보았다. 산불이 워낙 크게 난 지역이라 아무것도 자랄 수 없는 불모의 땅이 되고 말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지날 때 마다 아픈 상처를 보듬으려는 눈길이 가곤 하던 곳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산에서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을 멀리서나마 바라 볼 수 있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 없이 숯 검댕이만 굴러다니던 산이 봄에는 제법 연록색의 옷을 갈아입는 것이었다. 산과 나무연구에 청춘을 보냈던 한 사람으로서 궁금증이 커 가고 있었다. 현장을 확인해 보고, 자연의 복원능력을 직접 느껴보고 싶은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 40여년 가까이 국립산림과학원에 근무했던 본능이 발동한 탓일까 백합나무를 자식처럼 아끼던 동료와 의기가 투합 되어 길을 나섰다. 오랜 세월동안 외국수종연구에 정력을 쏟아온 친구는 백합나무를 경제 조림수종으로 개발한 연구자다. 직장동료로 때로는 친구처럼 호형호제하면서 격이 없이 지내기 때문에 논쟁도 많이 벌리지만 호흡도 잘 맞는 친구다. 일박이일의 일정으로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서는 기분은 다시 현직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마음도 살짝 흥분되었다. 우리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동해안으로 갔다. 일기예보에 비가 온다는 예보는 없었지만 백두대간이 지나는 미시령 가까이 접어드니 빗방울이 떨기 시작했다. 고산지역의 날씨는 일기예보를 믿을 수 없는 때가 많다. 큰 산맥이 하나 지날 때 마다 지역의 미세기후가 틀려지기 때문이다. 미시령은 한반도의 척추역할을 하는 산맥이기 때문에 영동과 영서의 기후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큰 산맥이다. 그런 산맥을 수년 전 만해도 굽이굽이 돌아 동해안으로 갔었는데 터널이 뚫려 한결 교통이 편리해져 있었다. 아름다운 미시령의 풍광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시간 단축이 많이 되었다. 터널을 빠져나가니 동해안은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 현장을 돌아보는 데는 불편하겠지만 반가웠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1996년도에 발생했던 고성 산불지역 현장에 도착했다. 칠부 능선까지 오르니 안개가 허리춤까지 내려앉는다. 온 산천은 녹음으로 짙어가고 있었지만, 수십 년 만에 온 가뭄 탓인지 나무들의 생장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오랜만에 내린 단비에 나뭇잎들이 한층 생기가 돌아보였다. 이 지역에도 연구기관에서 시험하기 위해 심은 듯한 수종들이 여러 곳에 군상으로 식재되어있었다. 그런데 유독 백합나무의 생장이 돋보였다. 함께 동행 했던 친구는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마치 시집보낸 딸자식을 걱정하던 부모의 심정으로 찾아갔는데 너무 잘 자라고 있어 감개무량해 하는 모습이다. 이런 것이 다 전문가의 직업의식 아니겠는가. 그 기쁨이란 맛보지 않고는 표현하기 어려웠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고 할까 나도 함께 즐거움을 느끼며 산상에서 우리는 북치고 장고치고 했다. 백합나무의 생장이 유독 좋아보였지만 함께 심겨져있는 자작나무, 잣나무, 참나무류 등 다른 수종들도 잘 자라고 있어 마치 여럿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으로 하나하나 관심을 쏟으며 산을 내려 왔다. 산림은 한번 훼손되면 복원되기까지는 백여 년 이상 걸린다는데, 그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곳곳에서 보여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과거 헐벗었던 황량한 산을 우리 손으로 나무를 심어 지금과 같은 울창한 숲을 만든 우리 국민 아닌가. 산림직 공무원으로 몸담았던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30여 분간 달려 속초시에서 여장을 풀었다. 지인의 소개로 중앙시장에 있는 횟집에서 소주 한잔을 걸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이튼 날 다음코스인 삼척지역에 산불이 났던 지역을 답사하기 위해 아침 일찍 여장을 챙겨 삼척으로 출발 했다. 비온 뒤라 아침공기가 상큼하게 바다 향을 품은 체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동해안을 끼고 난 고속도로는 산과 넓은 바다를 함께 보면서 달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하는 시원함을 느끼게 했다. 얼마쯤 가다보니 휴게소가 보였다. 우리는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지역 산림부서의 도움을 얻기 위해 관리소에 들렸다. 담당직원의 안내를 받아 산불이 났던 지역을 찾아갔다. 이 곳 역시 고성 산불에 못지않게 크게 났던 지역이라 온 산천에 다시 심어놓은 어린나무들이 이제 땅 힘을 받아 활력 넘치게 자라고 있었다. 푸르름을 더해가는 잎들은 유월의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도록 빛나고 있었다. 풀 한포기 자랄 수 없는 땅이 되고 말 것 같던 산에 생명이 살아 꿈틀거리고 있었다. 화마에 쫓겨 갔던 고라니도 돌아와 어린 나무순을 뜯어 먹기에 여념이 없었고, 고목등걸을 타고 넘나들던 다람쥐가족도 다시 보금자리를 찾아들고 있었다. 도로를 따라 오르는 동안 차창 밖으로 보이는 다양한 수종들의 생육상황을 보면서 자연은 인간이 지은 죄를 용서하는 듯해 보여 죄인 같았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산 정상까지 오르면서 수천 ha의 산불 피해지역이 다시 푸른 산림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는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의 복원력에 감탄과 찬사를 보냈다. ‘자연은 스스로 그 자리에 있다.’라고 한 성현의 말처럼 울울창창한 푸른 강산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곧 도래할 것 같은 기분에 하산하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변광옥: (사) "더좋은나무 만들기" 이사
왕송(王松) 혈통 잇는 노송지대 만들자 변광옥 더좋은 나무만들기 이사 며칠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노송지대를 복원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수원시와 국립산림과학원이 주체가 되어 소멸위기에 놓여있는 노송지대를 복원해 관광산업과 연계시킨다는 기사였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시의적절한 계획이다. 노송지대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는 역사성이다. 정조 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에 있는 화산(華山)으로 옮긴 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효심으로 수원성을 쌓고, 그 안에 행궁을 지어 아버님 묘를 참배할 때마다 거처했다고 한다. 재임 기간 중 열세번이나 참배를 했고, 또 이 지역의 경관조성을 위해 정조 대왕이 직접 소나무 500주와 능수버들 40주를 하사하여 심었다고 전해져 온다. 수원화성(華城)은 1997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때문에 수원시에서도 행궁과 성곽을 계속 복원해,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와 함께 정조 대왕이 하사하여 심었다는 노송지대도 복원한다니 참으로 문화도시에 살고 있다는 시민의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역사적인 의미를 담은 자연문화 자원들이 관광 상품화되는 사례들은 선진 각국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숲'은 요한슈트라우스가 이 숲을 산책하면서 '숲속의 이야기'란 왈츠 곡을 썼다는 유래로 유명한 관광 상품이 되었다. 또 17세기에 왕의 명령으로 조성된 독일의 보리수나무 숲이 도시화로 소멸위기에 있다가, 1940년에 역사적 의미를 담아 '보리수나무거리'로 복원하면서 베를린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중세기 유럽사회의 군주들이 사냥터로 활용하던 산림들이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노송지대도 역사성 등을 감안해 볼 때 충분한 관광 상품의 가치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2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남아있는 소나무가 35그루밖에 되지 않아 잘못하면 혈통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소멸위기에 처한 노송지대의 복원계획에 대한 기사를 접하면서, 더 좋은 노송지대를 만들기 위해 보완해야할 몇 가지 사항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기사에 제시된 방법은 남아있는 소나무들을 접목 증식해서 복원한다는 계획인 것 같다. 물론 틀린 방법은 아니다. 이 방법은 말 그대로 복제된 나무로 복원한다는 논리다. 쉬운 방법이지만 복제된 생명체는 수명이 길지 못하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역사적 의미가 담겨진 소나무 '가칭 왕송(王松)'의 혈통을 이어간다는 프로그램이 빠져있는 것 같다. 혈통을 이어 간다는 것은 대를 바꿔 자식세대를 이어 가는 것이다. 다소 복잡한 방법이지만, 이와 같은 육종의 기법은 전문가 집단에 맡기면 좋은 방법들이 나올 것이다. 반듯한 계획과 더불어 '왕송 혼례식' 같은 행사를 이벤트화 한다면 볼거리 제공은 물론이고, 앞으로 수백년 동안 이어지는 왕의 효심이 담긴 소나무 숲을 후손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수원은 효 문화의 도시다. 이와 같은 계획이 성공적으로 수행된다면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적 의미도 크지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변광옥: 2017년 4월 19일, 경인일보
태양광 발전 이대로 가도 되는가 (전)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변 광 옥 요즈음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수려한 산과 들을 파 해쳐 태양광 집열판을 깔아놓은 곳을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예부터 조상들은 우리강산을 금수강산이라 해 왔다. 국토는 좁지만 아기자기한 산하가 사계절 옷을 갈아입으며, 계절마다 아름답게 수놓아 지는 것이 비단위에 아름다운 수를 놓은 듯 하다해서 일컬어지는 표현일 것이다. 그런 산하가 마치 상처 입은 환자의 몸에 붕대를 감아놓은 듯 산천이 온통 상처투성이로 보인다. 도대체 우리 환경을 지키겠다고 목청을 높이던 환경 파수꾼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지구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제 3의 대체 에너지개발에 투자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되지만, 이렇게 무분별한 개발은 지구환경을 지키기 이전에 또 다른 재앙을 불러 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전기에너지 집약산업인 중화학 공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전기의 공급은 우리 몸속에 피와도 같은 것이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전기의 사용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당연한 이치이며 정부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총 전력생산의 95%이상을 화력과 원자력 그리고 수력발전에 의존해 왔다. 이중 30%가 원자력발전에 의해 전기에너지가 공급되고 있었다.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발생량이 백분의 1밖에 되지 않아 청정에너지로 취급되어 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탈 원전 시대를 선포하면서 태양광발전에 2030년까지 4조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총 전력생산 량의 20%에 해당하는 5,425MW(메가와트)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량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발전 부지는 여의도 면적의 34배에 달하는 89.67㎢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확보된 면적이 목표로 하는 89.67㎢의 5.3%인 4.8㎢(156만평)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3%의 태양광발전부지 면적이 온 산천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어 놓았는데, 남은 94.7%의 부지를 모두 확보 한다면 우리산천은 중환자의 모습처럼 되고 말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태양광발전은 국토면적이 넓은 미국이나 호주, 중국과 같은 나라들의 준 사막화된 지역에 설치한다면 비교적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태양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도 아직 태양광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은 전기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은 물론이고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에 공을 세운 한 전문가는 “태양광 발전은 논밭에 가을 수확을 끝내고, 떨어진 이삭을 줍는 것과 같은 격이다.”고 표현한 것을 보았다. 학교나 공공건물 그리고 대단위 공장 건물 옥상에 설치하여 공동으로 소모하는 에너지 공급원으로 적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진단을 무시하고 반세기에 걸쳐 벌거숭이산을 울창한 숲으로 만들어 놓은 산림을 마구 파 해쳐 태양광 집열판을 설치한다면 구조물 자체도 환경오염물이지만, 그로인해 발생하는 생태계의 파괴는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을 초월한다. 파괴된 산림 생태계를 다시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100년 이상 소요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변광옥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먹는 하마 시인, 수필가 변 광 옥 초여름부터 날씨가 삼복더위를 방불케 하는 폭염으로 시작되었다. 극지방에 빙하가 녹아내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홍수가 범람하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사롭지 않은 이상기온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 것처럼 우리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것 같다. 그만큼 지구가 온난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들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이런 현상들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과 주산지가 대구에서 충청, 강원지역으로 북상했고, 국민들이 즐겨 먹던 명태와 오징어도 근해에서 쉽게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아열대성 병해충들이 산림과 농작물에 돌발적으로 피해를 가하고 있어 경제적인 피해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원인을 전문가들은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최근 수십 년 사이의 지구온도변화가 산업혁명 이전 2만년 동안의 온도변화보다도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21세기는 지구를 살리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과 협약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인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방법에는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 방법으로는 산림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담아 놓는 방법이 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영양분의 형태로 탄소를 체내에 저장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은 쾌적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저장된 물질은 생활에 필요한 목재로 이용하게 되어, 우리는 나무로부터 1석3조의 혜택을 얻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약 6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세계 10위권 내에 있는 배출국이다. 산업 활동으로 생산된 공산품을 수출해 나라경제를 운용하는 우리로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은 우리 경제력에 비례하게 된다. 이와 같은 배출량을 국제협약에 따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 정책 중 하나가 산림을 통해 이산화탄소량을 줄이는 방법이다. APEC 정상회담에서도 각국의 정상들은 지구의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산림의 면적을 확대해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자고 천명 한바 있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640만ha에 이른다. 잘 가꾸어진 산림 1ha는 연간 이산화탄소 16톤을 흡수할 수 있다. 이는 매년 나무의 성장에 비례하여 흡수량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상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산림은 이산화탄소를 먹는 하마로, 살아 숨 쉬는 생명자원이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산림을 보호 관리할 때, 7월의 풍만한 산림은 더 활력을 갖고 이산화탄소 흡수원으로서 기능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안식처가 될 것이다. 본 내용은 문학신문 천자칼럼에 기고하였던 저자의 글을 옮긴 것입니다.
변광옥: -공학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장 역임 -시인,수필가. -산림문학회, 청하문학회, 서울시단 회원 -수필집 : 숲이 나에게 말을 건다네 - Copy - Copy
리기테다소나무의 재발견 시인, 수필가 변 광 옥 그 어느 해 보다 폭염과 폭우가 심했던 여름이다. 전국 곳곳에서 폭우가 무섭게 쏟아지던 8월에 리기테다소나무(Pinus rigitaeda)의 생장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점점 어려워 질 것 같은 절박감이 마음을 재촉했다. 리기테다소나무는 1950년대 리기다소나무(Pinus rigida)와 테다소나무(Pinus taeda)를 교잡하여 만든 교잡종 소나무로 임목육종연구의 꽃을 피웠던 성공사례중의 한 수종이다. 일제 강점기와 6.25를 격고 난 우리의 산야는 헐벗고 황폐하기 이를 대 없었다. 이렇게 황폐된 산야를 복구하기 위해 고 현신규 박사께서는 척박한 토양에 잘 자라고 추위에 견디는 힘이 강한 리기다소나무와 형질과 재질은 우수하나 추위에 약한 테다소나무를 교잡하여 이들 수종의 특성을 살린 형질과 재질이 우수하고 추위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리기테다소나무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육성된 리기테다소나무는 전국 각 지역에 자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조림이 되었다. 1950년대 말부터 1987년까지 약 33천 ha가 심겨진 것으로 기록되고 있으나, 많은 지역에서 벌기령에 이른 나무들은 벌채되어 다른 수종으로 갱신 조림되고 남아있는 조림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렇게 얼마 남지 않은 조림지마저 벌채되어 사라진다면 60여 년 전 우리가 개발한 우수한 수종이 연구자들의 평가도 받아보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 것 같아 몇몇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나섰다. 전국에 조림한 지역을 조사하여 현재 남아 있는 임분을 확인한 결과 전남북, 충남북, 경기도, 강원도 지역에 20여 개소의 지역이 조사대상지로 결정되었다. 대략 식재연도는 1958년부터 1991년까지 심겨진 나무들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산림과학원 경영부에 근무했던 K박사와 L박사가 함께하게 되었다. 나무의 생장관계를 조사하는 팀이기 때문에 특별히 섭외한 연구자들이다. 전남북부터 강원지역에 이르기까지 현장을 안내할 각 도 산림환경연구소 직원들과 협의하여, 무더운 삼복더위지만 과제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양해를 구해 출장계획이 수립되었다. 첫 조사지역은 전북 산림환경연구소 관활 지역인 전북 소양지역의 임분이다. 안내하는 후배 직원들에게 업무에 피해가 안가도록 배려하기 위해 조사임지만 확인해 주고 귀소 하도록 했다. 전북지역의 조사임지를 확인하고 나니 늦은 오후시간이 되었다. 한 지역이라도 조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끝내려고 했으나 급작스럽게 쏟아지는 호우로 조사가 불가능해져 전남지역으로 이동해 숙소에 들었다. 다행히 전남지역은 비가오지 않아 전남환경연구소의 안내를 받으며 조사지역 임분 확인에 나섰다. 전남 지역은 1980년 이후에 심은 지역이 없어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심은 3지역의 임분을 확인하고, 광주시 동구 장운동 무등산자락에 심겨진 임분을 조사하게 되었다. 참나무류와 혼효되어 있는 임분이었다. 리기테다소나무가 있는 곳을 찾아 들어 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 지르고 말았다. ‘이렇게 클 수가!’를 몇 번이나 되뇌며 나무 밑까지 접근해 갔다. 가슴높이의 나무둘레를 측정해 보니 직경이 70cm가 넘었고, 수고는 37m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많은 수종을 조사하고 우수한 나무을 선발해 보았지만 약 70년생 되는 나무가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보는 일이다. 임분 전체를 둘러보니 리기테다소나무의 수고가 다른 수종들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원산지인 미국 동남부지역에서 자라는 애비나무인 테다소나무(Pinus taeda)의 형질을 이어받은 것 같다. 테다소나무가 원산지에서 수고가 50m까지 자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하게 자란 리기테다소나무를 본 탓일까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듯 했다. 이렇게 잘 자라는 지역이 위도상으로 어디까지 이를까하는 기대감이 나를 흥분케 했다. 전남지역의 다른 두 곳의 임지도 모두 잘 자라고 있어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끼기는 하루였다. 비가 와서 못한 전북 소양면에 있는 임지를 다시 찾았다. 1959, 1960, 1961, 조림지는 식재년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생장이 좋았다. 나머지 한 임분은 ’81년 식재한 곳이다. 이곳은 멀리서 안내자가 도면을 보고 알려 준 지역이라 우리 조사단이 지적도를 보며 찾아가야 했다. L박사가 항공지도를 전공한 덕분에 찾아가는데 어렵지는 않았지만 산 능선을 두 개나 넘어 조사지역에 이르렀다. 힘들기는 했지만 조사지를 찾은 만족감에 쾌재를 불렀다. 힘든 하루를 보냈지만 저녁시간,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하며 하루의 결과를 논하며 피로를 풀었다. 충청남북도 지역도 생장이 우수하였다. 특히 대전시 계산동 산1-1림에 있는 1964년 식재한 약 6ha의 임지는 명품 숲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어 리기테다소나무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임분이기도 했다. 충북 월오동 산 47-1림에 1964, 1966, 1967년에 심겨진 나무들도 년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균일한 생장을 하고 있었다. 리기테다소나무의 내한력을 높이기위해 테다소나무 원산지인 미국 동부지역의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꽃가루를 채집해 교배한 때문일까 잡종 리기테다소나무는 경기 강원지역에서도 생장이 왕성하게 자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지역에서는 화성시 반월면 속달리에 많은 면적이 식재되어 있었다. 이 지역은 조림대장이 없어 조사지역 임분의 수령을 확인하기 위해 생장추로 연륜 코아를 채취하여 확인한 결과 모든 임지가 치산녹화 1차년도에 심겨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식재당시 리기다소나무를 비교수종으로 함께 심어 리기다소나무도 많이 나타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강원지역이 남아있어 이지역의 생장이 어떨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임지를 찾아갔다. 춘천시 서면 서상리 산 147-1림에 있는 1959년 식재지를 찾았다. 계곡을 따라 10km이상 들어가는 임지였다. 이곳도 생장이 좋다는 선배님들의 말은 들었지만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상상외로 좋은 생장을 하고 있었다. 임분 전체를 돌아보고 표준이 되는 지역에서 조사구를 선정하고 생육상항을 조사하였다. 대략적인 임분 상태를 보아도 남쪽지방의 조림지보다 생장이 뒤떨어지지 않음을 느꼈다. 내한성문제로 생장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다. 강원지역에서는 이지역외에 강릉 정동진리 산 103-1림에 있는 1991년 식재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 조림지는 국유지에 심겨진 임지로 강릉관리소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이 임지는 채종원산 종자로 양묘된 리기테다소나무라고 추정되었고, 생장도 양호한 임분이었다. 앞으로 생장상황을 계속 관찰하여 채종원산 종자에 의한 종묘공급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전시림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리기테다소나무 재조명을 위해 15일 동안 전국을 돌며 생장상황을 확인하며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필자는 뉴질랜드의 라디아타소나무 육성임업 현장을 견학한 적이있다. 이번 현장조사를 통해 뉴질랜드에서 실행하고 있는 라디아타소나무 육성임업을 벤치마킹해 우리나라에서도 리기테다소나무를 육성임업의 한 수종으로 활용하면 가능할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임업통계에 따르면 사방수종으로 심었던 리기다소나무 조림면적이 아직까지도 전국에 24만 ha나 남아있다. 용재로서 가치가 적은 리기다소나무 임지를 벌채하고 리기테다소나무로 대체할 경우 우리나라 산림자원 확보에 크게 기여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변광옥: (사) 더좋은나무 이사
한 그루, 백합나무를 심으며 시인, 수필가 변 광 옥 올해는 국토녹화 50주년이 되는 해다. 50주년을 기념하는 문학인 나무심기 행사가 경기도 여주에서 열렸다. 행사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부산을 떨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역에서 8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 시간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예사로 여겼는데, 은퇴하고 10여 년 동안 시간에 구속되지 않고 생활해 온 탓일까 생활리듬에 익숙하지 않아 몸은 피곤했으나, 우리 문학회로는 큰 행사이기에 신발 끈을 동여매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동안 포근하던 봄 날씨가 오늘 아침은 제법 쌀쌀함을 느끼게 한다. 다행히 수원역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되어 예상시간보다 빠르게 도착했다. 나는 행사장 가는 2호 버스에 탑승했다. 우리가 탄 버스가 고속도로를 들어서면서 오늘 행사에 대한 개요와 백합나무에 대한 소개를 간단히 해 주고 함께 탄 문인들의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소개를 받고 보니 모두들 한국문단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문인들이다. 다들 뜻깊은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다고 이구동성이다. 하기야 문인들이 평생 동안 몇 그루나 나무를 심어 보았겠는가. 어느 한 문인은 학창시절 한번 심어보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호기심과 기쁨에 행복해 하는 표정이 역역했다. 이쯤에서 오늘 행사의 중요성을 어필하는 멘트를 하나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알고 있던 과학정보를 하나 말해 주었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쓴 에너지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2.6톤에 달해, 이것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평생동안 600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더니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렇다면 매년 참석해 열심히 나무를 심어야 하겠다는 이야기들을 한다. 이렇게 가벼운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행사장 근처에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농로를 따라 10여 분간 행사장까지 가는 길에 모처럼 농촌풍경에 흠뻑 빠져 걸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 북부지방 관리청에서 직원들이 나와 친절하게 행사를 안내하고 있어 반가웠다. 직원들 중에는 과거에 함께 일했던 몇몇 후배들도 보여 반가움에 안부를 물으며 격려를 했다. 이어진 행사에서 산림청장의 인사말이 오늘 행사에 압권이었다. 청장은 연단에 서서 겉치레적인 인사말은 생략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산림청 주요보직을 두루 거쳐 청장이 된 때문일까 작심한 듯이 국민이 알아야 할 산림행정 소식과 산림에 관련된 지식들을 비유법을 들어가며 명쾌하게 알려 주어서 문인들로부터 큰 박수와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이어진 축시에서 한국시인협회 회장인 유자효 시인께서 “나무를 심는 이들에게”란 시가 낭송되면서 행사는 한층 무르익었다. 올해는 문학인 나무심기 행사가 3회째 되는 해이다. 지난해는 양주 구둔역 야산에 산수유나무를 심어 올봄에 노란 산수유 꽃소식을 전해 들으며 감회가 새로웠다. 올해는 탄소흡수율이 높다는 백합나무를 심는다. 백합나무는 본래 미국 동부지역이 원산지다. 우리나라에는 1895년에 도입되어 가로수로 심은 기록이 있으나, 본격적인 조림은 1990년대부터 심기 시작하였다. 백합나무는 산림과학원에 근무시절 나의 동료였던 Y박사가 우리나라 경제 조림수종으로 발굴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수종이다. 수년 전 고인이 되었지만 백합나무를 자식처럼 아끼던 연구자다. 백합나무를 심으며 잠시 옛 동료를 기리는 시간이기도 했다. 나무를 자식처럼 아끼며 키우는 일이 어찌 산림인 가족들만 하는 일이겠는가. 오늘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 80여 명이 함께 어울려 나무 한그루 한그루를 내 자식처럼 아끼며 심었다. 백합나무는 다른 활엽수들에 비해 생장이 빠르고, 가을에 노랗게 단풍이 들어 “옐로우 포플러(yellow poplar)”라고도 한다. 특히 백합나무는 병충해에 강하고 탄소흡수율이 높아 21세기 화두인 푸른 지구를 지키는데 더없이 좋은 수종이다. 나는 정성들여 심은 나무에 “오늘 너를 간택한 것은 이 땅에 깊이 뿌리박고 무성하게 자라 푸른 지구를 지켜다오”라고 표찰을 써서 달아 주었다. 이렇게 문인들 각자 심은 나무에 바라는 소망을 적어 달아 주는 것으로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행사장에서 멀지 않은 식당에 오찬이 준비되어있었다. 오찬장에 막걸리가 한 순배 돌아가면서 오늘 행사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심은 나무가 잘 자라 주기를 바라는 건배가 이어졌다. 산림문학인의 나무 심기는 산림문학의 이념을 담는 행사이며, 한해를 여는 행사로 많은 문인들로 하여금 산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큰 수확을 얻으며 막을 내렸다.
변광옥: (사) 더좋은나무 이사 - Co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