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Jul
12Jul

(사)더좋은나무만들기 이사 변 광 옥

   가끔 외국여행을 하다보면 그 나라의 풍부한 산림자원에 부러움을 살 때가 많다. 이런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사십여 년 간 산림직 공무원으로 일했기 때문일 것이다. 수년 전 캐나다를 여행했을 때다. 가문비나무를 비롯한 침, 활엽수류가 울창하게 덥혀 있는 처녀림(virgin forestry)을 보고 크게 축복을 받은 나라라고 생각이 들었던 때가 있다.

   캐나다는 이런 산림이 국토 면적의 35%나 되고 세계 산림면적의 9%나 차지하고 있어 지금과 같은 양을 계속 벌채 수확해도 삼백년 이상을 벌채할 산림자원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언제나 풍부한 산림자원을 인간생활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풍부한 산림자원 속에는 다양한 수종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도입해 시험 했던 스트로브잣나무(Pinus strobus L.)도 다른 나무들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우람하게 자라는 것을 보았다.

   스트로브잣나무는 위도 상으로 우리나라와 유사한 지역인 미국 동북부지역에서부터 캐나다 남부지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는 수종이다. 원산지에서는 수고가 40m까지 자라고 흉고직경이 2m까지 자라는 대경목이다. 우리나라에는 반세기 전인 1970년대 전 후반에 많이 도입되어 심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시대에는 황폐된 우리나라 산림을 복구하기 위한 산림정책이 주도하던 시기다. 치산녹화 1, 2차 계획이 수립되어 매년 수억 그루의 나무를 산에 심을 때다. 그때 해외의 산림자원을 탐색해 많은 나라에서 수백 종의 외국 수종을 도입해 우리나라에 적응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했었다. 그 때 도입된 수종 가운데 스트로브잣나무는 성공적으로 우리나라 기후환경에 잘 적응하여 산림자원으로 유망시 되는 수종들 중 한 수종이다.

   스트로브잣나무는 통직하게 자랄 뿐만 아니라 수형이 아름다워 산지에도 많은 양이 조림되었지만 공원과 가로수로도 많이 식재되었다. 나무는 농작물과 달라 심어놓고 3,40년이 지나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현직에 있을 때 이들 나무들이 언제 자라 빛을 볼 날이 있을까하는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던 날이 이번 학술조사에서 눈앞에 현실로 나타난 것을 보면서 가슴 벅찬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그만큼 내 나이도 먹었다는 것을 잊은 채 나무와 숲만 보면서 살아온 것이다.

우리나라 기후풍토에 잘 적응한 스트로브잣나무 우량임분(정선군)

   벌써 은퇴한지 6년째 되는 해이다. 올해는 현직에 있을 때 시험한 수종들에 대한 현장 조사연구 과제에 참석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산림자원 수종으로 유망시 되는 스트로브잣나무의 우량 임분을 찾아내는 과제다. 지난 날 과학원에서 함께 일했던 다섯 명의 박사들로 연구진이 구성되었다. 연구진의 자질로 보면 국책 연구사업도 수행할 수 있는 탄탄한 연구진이다.

   다들 현직에 있을 때 하던 일들이라 금세 적응이 되었다. 전국에 조림지를 파악하고 위, 경도와 생태권별로 분류해서 30여 지역을 조사하기로 하고 설계서에 계획된 데로 두 팀으로 나누어 조사를 착수하였다. 5월 하순경이라 날씨는 벌써 초여름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인지 초여름부터 폭염이 시작되었지만, 폭염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험지를 찾아다녔다. 다양한 조사요인들을 정확하게 조사하기 위해서는 폭염쯤은 감수해야만 했다. 특히 숫 꽃의 개화 량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서둘러 남쪽지방부터 조사를 시작해, 최북단 지역인 인제군 조림지까지 10여 일간에 걸쳐 조사를 끝냈다.

   지역에 따라서는 생장이 다소 미흡한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지역들은 스트로브잣나무의 생장이 원산지의 생장 못지않게 왕성한 생장을 하고 있어 연구진들 모두가 감탄을 하는 모습들이 역역했다. 특히 여러 가지 조사요인 중에서 스트로브 잣나무의 통직성은 다른 수종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곧은 생장을 하고 있었다. 17세기 원산지에서는 범선의 돛대(mast)를 만드는데 많이 이용했을 정도로 곧게 자라는 수종이다. 우리나라 조림지에서도 그런 특성들이 변함없이 잘 발현되는 것을 보면서 미래의 산림자원수종으로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연구진 모두가 거는 기대가 컸다.


원산지 못지않게 잘 자란 스트로브잣나무 선발목(인제군)

   조사가 끝나는 날 마지막 한 지역이라도 더 조사해서 훌륭한 보고서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면서 밀어 붙이는 연구책임자의 말이 야속하기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연구진들의 모습이야 말로 전문가다운 아름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인제군에서 조사가 끝나는 날 우리 일행은 속초 바닷가로 향했다. 그동안의 노고도 위로할 겸 동해바다의 싱싱한 횟감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그동안의 조사결과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예감 한데로 다들 반기는 기색이었다. 서로의 노고를 격려하면서 밤이 이슥하도록 조사에 공을 들였던 이야기들로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미래의 산림자원을 찾았다는 보람에 긍지를 느낀 학술조사였다.


과제 참여 연구진(좌로부터 변광옥, 황석인, 한상억, 노은운, 최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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