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 평형 (Punctuated equilibrium)

정지 평형(punctuated equilibrium) 이론은 미국 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의 엘드리지(Niles Eldredge) 박사와 하바드 대학의 굴드(Stephen Jay Gould) 박사가 제안한 것이었다.  이 경우 논점은 형태적 진화로 집중된다. 여기서는 분자수준에서의 진화보다는 눈에 보이는 특징들이 주제가 되기 때문에 이 논쟁에서는 중립론자들과 정지평형주장자들의 입장이 서로 바뀌었다. 중립론자들은 총합론이 적용되기에는 분자진화의 속도는 너무 일정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지평형론자 (punctualist)들은 화석의 증거로 볼 때는 형태 진화의 속도는 총합론이 요구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불규칙적이라는 것이다. 엘드리지 박사와 굴드 박사는 시대적으로 연속해서 나타나는 화석 형태 간에 중간적인 형태를 가진 화석이 드문 이유 가 기록이 불충분하기 때문이라는 씸슨 (Simpson) 박사 등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하였다. 그대신 그들은 화석기록 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새로운 형태의 화석이 갑자기 나타난 것은 진화과정에서 이들이 몇 백만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들의 관점에서는 서서히 변한다는 생각은 갑작스러운 변화가 오랜 기간의 정체기와 교대로 일어난다는 구도로 대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고생물학자들이 이야기 하는 시간 개념과 유전학자들의 시간 개념의 차이를 생각할 때 그러한 갑작스런 변화라는 것도 인위적 것일 뿐이어서 정지평형론자들과의 논쟁은 그 초점이 없어진다.  지층의 각 층은 수 만년을 사이에 두고 누적되어 얹혀진 것이기 때문에 몇 천 세대에 걸쳐서 발달된 형태적 변화들은 화석상에서는 갑자기 출현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유전학자들은 200세대 이상 걸리는 변화를 서서히 일어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 이유는 그러한 시간은 미생물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실험 가능한 범위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다. 한 쪽에서는 갑작스런 변화, 다른 한 쪽에서는 점진적인 변화라고 이야기 하지만, 정지평형론자들이나 점진론자들은 둘 다 같은 현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화석 기록상에서 갑작스런 변화라는 분명한 돌발사건(episode)은 그렇다면 총합론이나 총합론에서 강조하는 점진론에 모순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정지평형론자들이 지적하는 오랜 기간 동안 한 종의 특성이 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는 정체기(停滯期)에 대하여 총합론에 대해서 말한 것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화석기록을 자세히 살펴본 고생물학자들 중에서 정지평형론학파에 속하지 않은 학자들은 수 천 만년 동안 눈에 뜨이는 특징들이 총합론자들이 1900년대 중반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안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 기록들에서 나타난 분명한 불변성은 진화론자인 드 비어(Gavin de Beer) 경이 처음 기술한 것처럼 모자이크 진화라고 알려진 하나의 현상을 반영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이 용어는 한 생물체의 여러 부분은 진화과정 중에 같은 속도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유전자들과 단백질들이 보조를 맞추어 진화하지 않는 것처럼, 이 유전자들이 조절하는 눈에 띄는 특징들도 같은 속도로 진화되지 않는다. 한 생물체에서 다른 생물체로가는 중간 단계에 있는 화석은 모든 형질에서 두 생물체의 중간적 성격을 띄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이 생물체들은 하나의 모자이크로 비유할 수 있다 즉, 어떤 형질은 조상의 것을 닮고 어떤 형질은 후손의 것을 닮는 식으로. 파충류와 새의 중간으로 생각되는 시조새 화석인 아키테릭스(Archeopteryx)는  뼈대는 완전한 파충류이지만 깃털은 새와 같아서 몸에 있은 부드러운 털과 날개의 딱딱한 깃털도 이미 분화된 상태였다. 2-4백 만 년 전의 사람의 조상 혹은 사람의 조상에 매우 가깝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사람과 엉덩이 뼈가 몹시 닮아서 서서 걸었으나 어금니는 사람보다는 유인원에 가깝다.

화석기록에서 분명히 나타나는 이러한 몇 가지 정체 현상들은 이러한 진화양식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현저히 눈에 띄는 형질의 진화를 화석기록으로 조사하면 거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은 분명히 나타난다. 그러나 한 형질은 진화에 의하여 멈춰지게 되는 반면, 화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형질들은 계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정지평형론자들의 주장은 생물체의 몸 전체에 대하여 보다는 하나 하나의 형질들에 대하여 더 확실하게 맞아 떨어질 지 모른다.